아동학대 끊이지 않는데…예산은 복지부 총지출 대비 0.03%

by admin posted Jun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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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경남 창녕에서 부모의 학대를 피해 도망 나왔다가 구조된 A양(9).   
그는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상습적으로 학대를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스스로 집에서 탈출해 이웃 주민에게 발견되기 전까지 A양이 당한 학대는 지자체나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포착되지 않았다.
 

최근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양(9)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양(9)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A양 사례에서 보듯 아동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지역사회 보호망은 여전히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허술한 보호망은 사각지대 발생으로 이어진다. ‘2018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그해 A양이 거주한 경남은 아동보호전문기관 1곳당 아동수가 18만 8998명으로 전국 평균(13만 3153명)을 뛰어넘어 대전(25만 6898명) 다음으로 많았다. A양은 올해 1월에야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학대가 의심되는 위기 아동으로 등록됐다.
 

아동수당 2조원 대 투입…학대 방지 예산은 285억

정부의 아동 학대 관련 예산만 따져봐도 아동 보호에 대한 관심은 아동수당 등 현금성 복지 지출에 비해 낮은 편이다.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한 올해 중앙정부 예산은 약 285억원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에 투입되는 225억7800만원(범죄피해자기금)과 학대피해아동보호쉼터에 지원되는 59억 1300만원(복권기금) 등을 합쳐서다. 보건복지부 총 예산인 82조 5269억원 대비 0.03% 수준이다.  
 

반면에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보편적 수당인 아동수당 예산은 지난해보다 5.6% 늘어난 2조 2833억원. 아동학대 관련 예산의 80배 수준이다. 경남 창녕 A양의 계부와 친모도 최근까지 A양을 포함한 총 4명의 자녀에 대한 아동수당과 양육수당 등 각종 수당을 매달 90만원씩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녕군은 지난 17일 이들에게 수당 지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수당 같은 현금성 정책은 선거에 도움이 되지만, 아동학대 정책은 곧바로 성과가 안보이니 뒷순위로 밀리게 되는 것”이라며 “기존 아동보호전문기관 숫자를 2배 이상 늘리는데 1000억~15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선진국하고 비교하더라도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가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가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지난 12일 가정에서 양육하는 만 3세 및 취학 연령 아동의 안전을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경남 창녕에 이어 지난 1일 충남 천안에서도 여행용 가방에 감금돼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B군(9)이 이틀 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시적으로 아동 안전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보호망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정부 전수조사는 일회성 대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쉼터 최대 수용인원 7명

피해 아동이 머무는 쉼터의 경우 쉼터당 수용할 수 있는 아동은 7명에 불과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정해 위탁 운영하고 있는 학대피해 아동 쉼터도 전국에 72곳에 불과하다. 경기 13곳, 서울·부산·대전 각 4곳 등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 1곳이 3~4개 시·군·구를 관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동복지법 제45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ㆍ도 및 시ㆍ군ㆍ구에 1개소 이상 설치하게 돼 있다. 그러나 전국 229개 지자체 가운데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된 곳은 68곳에 불과하다. 3개 지자체 중 1곳에만 있는 것이다. 68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는 아동학대 상담원 숫자는 920여명. 1인당 평균 사례관리 수는 64건으로 미국의 아동복지연맹에서 권장하는 사례 수인 17건의 4배 수준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상담원 1명이 담당하는 사례가 적으면 적을수록 모니터링을 꼼꼼하게 하고, 가정방문도 더 자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사회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으면 아동보호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학대 의심 신고가 더 많이 들어오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출처: 중앙일보] 아동학대 끊이지 않는데…예산은 복지부 총지출 대비 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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