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모(22)씨는 지난해 여름방학을 이용, 해외 봉사활동에 나섰다가 봉변을 당했다. 국내 봉사단체 소개로 중동의 한 난민 캠프에서 영어와 컴퓨터를 가르쳤던 그는 8월 어느날 한 무리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다 갑작스런 돌팔매질을 당했다.

이마와 온몸에 멍이 든 김씨에게 캠프 관계자는 "봉사자들이 피부와 언어가 다르고 대부분 크리스천으로 인식돼 현지인들로부터 이유없이 공격하는 경우가 있다"며 "외진 곳을 홀로 돌아다니거나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이목을 끄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충고했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한 대학생 박모(23·여)씨도 현지인들의 적대적인 반응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베트남 처녀들이 한국에서 결혼 상대자로 팔리고 있다는 보도가 확산되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나빠졌고, 급기야 베트남 당국이 박씨의 비자 연장 신청을 거부했던 것이다.

대학생들의 해외 봉사활동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자칫 현지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는 등 신변에 위협이 있을 수 있어 미리 안전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급증하는 해외 봉사활동=전국 201개 대학(전문대 포함)이 가입한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에 따르면 해마다 대학 추천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떠나는 대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 1998년 협의회를 통해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은 76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참여 학생이 436명에 달해 8년 사이 6배 가까이 증가했다. 봉사 학생이 파견되는 국가도 98년에는 중국 러시아 두 나라였으나 2006년에는 아프리카(수단)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등 15개국으로 늘었다.

이들의 해외 봉사활동은 대학이 현지 단체와 직접 접촉해 초청받거나 한국의 NGO(비정부기구)와 연계해 학생을 파견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중앙대의 경우 2000년부터 필리핀 보이스카우트연맹 초청으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는 국내 단체와 연계해 봉사활동을 원하는 학생을 추천해주고 있다.

◇철저한 대비가 안전 관건=문제는 대학생들의 봉사활동이 주로 국내 봉사단체나 현지 기관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이뤄지다보니 학생을 파견한 대학들조차 학생들의 파견 지역 및 활동 내용 등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외교통상부 등 당국도 마찬가지여서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당국이 대학생들의 해외 봉사활동 실태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학, 봉사활동 당사자들도 스스로 빈틈 없는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앙대는 지난 8년간 반군이 활동 중인 필리핀 오지까지 봉사단을 파견했지만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겪지 않았다. 중앙대는 우선 봉사단 파견에 앞서 현지 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안전한 활동 장소를 확보했다. 또 반군 지역에서 활동하거나 이동할 때는 반드시 무장 경찰병력의 호위를 받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굿피플' 관계자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우선 현지의 종교 관습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수"라며 "특히 봉사활동 도중 현지인들의 적대행위 징후가 보이면 재빨리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