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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복지도 원스톱 서비스, 최첨단의 시대   2006-07-11
이제는 복지도 원스톱 서비스, 최첨단의 시대
[나눌수록 커지는 삶. 사회복지의 현장으로⑭] 달라진 사회복지, 이제는 전 국민이 복지누려야




복지국가 건설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70~80년대 성장일변도의 국가 시책에 묻혀 그야말로 ‘시혜’에 머물렀던 복지를 삶의 질 향상의 핵심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했던 문민정부 이후 14년이 흘렀다. 외환위기속에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기치로 전국민연금제도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 복지행정에 일대 전기를 마련했고, 참여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국정목표로 정해 종합적인 ‘사회안전망’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가 세 번 바뀌는 동안 복지예산 규모는 늘어났고 복지의 개념도 ‘주는 복지’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복지’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러나 재정은 여전히 모자라고 비효율적인 행정은 복지대상자의 자활자립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양극화 해소의 주체. 중앙정부가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실천에 따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의 구현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국민들을 직접 대면하고 있는 지자체의 관심과 행정력이 뒷받침될 때 복지의 수준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데일리서프라이즈는 양극화의 해소를 위해 그 어느 지자체보다 발빠르게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고 있는 경기도의 사례를 중심으로 17회에 걸쳐 특별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빈민’ ‘가난’ ‘구제’.

사회복지관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들이다. 이것은 비단 기자뿐만 아니라 사회복지란 개념 자체가 살갑게 와닿지 않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특히 70-80년대의 성장우선주의 정책에 밀려 대량생산될 수밖에 없었던 소외계층,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각 지역마다 하나씩 생겨나던 허름한 사회복지관 건물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회복지관=빈민구제기구’라는 도식을 쉽게 지워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제 사회복지관이 변화하고 있다. 어려운 계층을 지원하는 전통적인 기능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플러스 알파의 역할까지 사회복지관이 담당하게 된 것이다. 기존의 ‘사회복지관’이란 이름에서 ‘종합사회복지관’이란 새로운 명칭을 얻게 된 것도 그 까닭이다.

단순히 주민을 시혜 대상으로 여기는 게 아닌, 복지관 운영의 주체이자 복지서비스를 향유할 권리가 있는 ‘고객’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복지관들. 주민의 생활속으로 파고들어가는 달라지는 사회복지관의 대표적인 사례를 경기도에 있는 영통종합사회복지관과 광명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들여다봤다.


기존 ‘사회복지관’에서 ‘종합사회복지관’으로 명칭이 바뀐 이유

▲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영통종합사회복지관의 모습. 두 개의 건물이 연결돼 있는 영통복지관은 전국에서도 가장 큰 복지관에 속한다.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백만석 기자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자리잡고 있는 영통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기태, 이하 영통복지관)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회복지관 중 하나다. 운영 프로그램이 100여개에 달하고 하루 방문자 3000명, 2005년도 방문자 연인원 100만명이 넘는 이 복지관의 운영 방침은 모든 지역사회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한 서비스란 소외계층을 돕는 지원사업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사회체육, 교육훈련, 일자리 창출 등 종합적인 복지서비스를 가리킨다.

특히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심리상담을 받고 올바른 양육방법을 찾는 ‘FULL 전문심리검사’와 ‘MBTI, MMTIC를 활용한 부모양육태도와 자녀에게 맞는 학습스타일 찾기’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심리상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이지만 일단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학부모와 자녀들의 만족도는 매우 크다는 게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최영미 씨의 말이다.

최 씨는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소유개념으로 생각하지만 (상담 뒤에) 아이의 성격에 대해 더 많이 이해했다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90% 이상”이라고 말하며 “요즘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연에 방지하려고 오시는 분들도 많다”고 밝혔다.



▲ “지역주민의 행복이 우리 복지관의 존재 이유”라고 밝힌 김기태 영통복지관 관장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백만석 기자

심리상담 프로그램 외에도 영통복지관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만드는 풍선장난감’ ‘엄마랑 아기랑 즐거운 찰흙놀이’ ‘엄마랑 아기랑 신나는 미술놀이’ 등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영통복지관이 빈곤계층만을 겨냥한 시혜적인 프로그램만이 아닌 이같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비하고 있는 이유는 영통의 지역적 특성에 기인한다. 영통은 현재 신흥주거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지역주민의 평균 연령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중산층 이상의 주민이 다수를 차지한다. 따라서 중산층 가정이 원하는 가족기능강화 프로그램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게 영통복지관의 입장이다.

김기태 영통복지관 관장은 “우리 복지관의 모토는 ‘행복의 동반자’(Happy Partner)다. 이 모토는 우리 복지관의 존재이유다. 복지관이 지역주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행복의 동반자라고 지은 것”이라고 말한다. 복지관의 프로그램을 활용할 대상은 지역주민이고 따라고 프로그램은 지역주민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김 관장의 생각이다.

빈곤층 지원사업은 기본, 이제는 다양한 주민의 욕구 반영해야

하지만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빈곤계층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법. 영통복지관은 시민 3명이 1명의 결식아동을 돕는 3:1 릴레이운동, 근로능력이 있는 노인들을 위한 실버나눔일터, 각종 중고품 및 생활용품을 직거래 판매하는 영통벼룩시장 등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다.

3:1 릴레이운동이란 수원시민 3명이 한 팀이 돼 결식아동 1명을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지며 급식지원과 더불어 메일 및 서신교환 등 정서적 지지까지도 이루어질 수 있게 하고 있다.

실버나눔일터가 지난해 12월부터 저소득층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뻥튀기사업단’의 경우 경제활동참여 기회가 박탈된 노인들이 직접 뻥튀기를 제조, 판매활동을 하게함으로써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이 뻥튀기는 지난 3월 영통구청종합민원실과 영통구 관내 9개 동사무소에 설치된 무인판매대를 시작으로 판매에 돌입했고 주요 관내 구청 한국마사회 수원지점, 국민은행 등 다중이용시설 위주의 판매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나갈 예정이다.

영통벼룩시장은 영통복지관이 수원시 영통구청과 공동주관해 매월 넷째주 토요일에 다양한 중고물품과 주민들이 쓰던 물건을 직거래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으로 수익금은 지역내 불우이웃(독거어르신, 조손가정, 한부모 세대 등)을 위한 프로그램에 쓰이고 있다.



▲ 영통복지관에서는 노인들이 직접 뻥튀기를 만들어 공공기관 무인판매대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그 수익금은 다시 노인복지를 위해 사용된다. ⓒ영통종합사회복지관


노인댄스동아리 ‘나이야가라’, 이제는 전문 댄스공연팀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광명종합사회복지관(관장 정부자, 이하 광명복지관)은 노인들의 자원봉사와 역량강화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케이스다. 광명복지관은 일찍이 전국 최초로 ‘광명은빛봉사단’이라는 노인 자원봉사단체를 조직해 대학의 지역사회복지론 교재에 그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 광명복지관은 자체 운영하는 한글교실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노인들을 중심으로 ‘실버 스카우트’라는 자원봉사단을 조직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들이 단지 자원봉사단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노인들은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그를 통해 일자리를 얻는, 실질적인 구직활동까지 병행하고 있다.

배연희 사회복지부 부장은 “한글교실에서 글을 배우시는 노인분들이 자체적으로 자원봉사단을 조직해서 이분들이 한글교육 서비스의 수혜자임과 동시에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봉사자도 된다”고 말하며 “자원봉사활동을 통한 노인들의 역량강화가 이뤄지고 역량강화는 곧 고용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 경기도 광명시에 자리잡고 있는 광명종합사회복지관의 모습.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백만석 기자

일반적으로 국가에서 지원하는 노인 고용사업은 노동능력이 있고 사업역량이 있는 지역으로 몰리기 마련.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단련되고 전문적인 인력을 가지고 있는 광명복지관은 당연히 많은 몫의 일자리를 정부로부터 받아올 수 있다.

특히 노인들로 구성된 광명복지관 댄스동아리 ‘나이야가라’는 애초 사회체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댄스교실이었지만 지난 6월30일 제1회 전국노인건강대축제에 나갈 도대표를 뽑는 선발대회에서 1등으로 뽑힐 정도로 전문성을 갖추게 됐다.

9월에 있을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 이들은 이미 ‘2006년 청소년 축제 어르신과 청소년이 함께 하는 거리행진’ ‘2006 광명문화·학습축제 동아리 열전’ 등 많은 공연활동을 해오고 있다.

배 부장은 “우리 복지관에서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단순한 수혜자 역할이 아닌 우리 복지관을 이끌어가는 세력이다. 시에서 지원금이 깎이면 편지를 보내서 재고를 요청할 정도”라고 밝혔다.

정부자 관장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다보니 노인 문제에 대해 예측이 가능했다”며 복지관을 통한 노인자활에 주력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정 관장은 이어 “96년 당시만 해도 경로당은 너무 열악했고 담배피고 막걸리나 마신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노인들이 필요한 시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노인 자원봉사활동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며 “스포츠 댄스, 컴퓨터, 노래교실, 빵 만들기 등 노인들의 여가문화를 통해 참여를 이끌어 내다보면 사업이 발견된다. 막연하게 정책으로만, 탁상공론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예산만 낭비되고 이뤄지는 게 없다”고 밝혔다.



▲ 오는 9월 열릴 제1회 전국노인건강대축제 경기도 대표로 선발된 광명복지관의 댄스동아리 ‘나이야가라’를 축하하는 알림판이 광명복지관 1층 로비에 세워져 있다.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백만석 기자






“복지도 이제 첨단의 원스톱 서비스가 필요하다”

[미니 인터뷰] 정부자 광명종합사회복지관 관장


▲ 정부자 광명복지관 관장 ⓒ광명종합사회복지관

‘복지’와 ‘원스톱 서비스’라는 말이 함께 쓰이기에는 조금 어색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37년의 사회복지활동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의 입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두 단어가 흘러나왔다.

정부자 광명복지관 관장은 93년 당시 사회복지 불모지대였던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에서 경기도내 처음으로 세워진 열악한 복지관을 맡아 전국 복지관 평가에서 연이어 최우수 복지관으로 인정받는 등 사회복지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온 인물이다.

그는 데일리서프라이즈와 만난 자리에서 “삼성이란 대기업에서도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하지 않나. 우리는 사람한테 직접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사회사업의 가치는 인간의 존엄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복지의 개념을 선별적인 대상에 대한 치료적이고 구호적인 측면에서 바라봤지만 이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모든 시민이 자기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첨단의 원스톱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관장은 “삼성은 최고의 시설을 갖추는 게 당연하고 복지관은 그렇지 않는 게 당연하나”라고 되물으며 “이제는 복지시설도 최고의 시설을 갖춰서 돈 있는 사람들도 후원사업, 자원봉사를 하게 해야 한다. 옛날같이 남 버리는 것 가져다가 복지관에 놓아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복잡다양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 행정에서 딱 맞아떨어지는 이론은 없다. 끊임없이 시행착오하면서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며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이뤄낸 작은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광명복지관에서 일하는 한 노인의 치아가 문제가 생겼는데 치료비용이 150만원이나 들기 때문에 본인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러자 정 관장은 복지관 주변 10여개의 치과에 모두 공문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고 마침내 한 치과에서 500만원의 치료비용을 모두 부담하며 치아를 치료해줬다는 것.

정 관장은 “그런 공문 하나를 보내는 노력이 예상치 못한 성과를 만들어낸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내보였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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