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각은] 복지 등한시하는 지방선거 후보들   2006-05-18

[중앙일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 간 텔레비전 토론이 한창이다. 그런데 복지이슈에 대해선 거의 토론이 없다. 주로 부동산.도시계획.세금.교육문제를 다루다 끝나버린다.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함께 제기된 세금폭탄 발언과 이명박 브랜드로 명명된 청계천을 의식한 후렴을 생각하면 무엇이든 크게 한 건 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이해하면서도 답답하다. 이번 선거가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을 선출하는데 주민 생활에 직결된 문제는 우회하며 개발연대의 표내기 정책에 몰두하는 인상이다.  더구나 중앙정부에서 관장하던 사회복지 업무 대부분이 올해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됐다. 이제는 지자체의 정책기조가 주민 삶의 질 향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서울시만 해도 예산의 15%인 약 1조5000억원이 복지와 관련돼 집행된다.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지만 시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말로는 양극화를 해소해야 된다고 하면서도 이에 대한 후보들의 견해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방선거가 그 후에 몰아칠 정계개편과 대선을 염두에 둔 중앙정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유권자 시선의 초점은 더 진해진다. 어느 후보가 서민 애환을 이해하고 실행력이 있는지, 준비된 공약을 내놓고 있는지, 정략적이 아닌 생활정치를 실천할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노인 삶터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박봉에 허덕이는 사회복지기관 종사자의 처우는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노숙자에게 어떻게 종합서비스를 제공할지, 일터에 나가는 여성의 보육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할지, 특수교육과 경제활동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등 우리 주변 생활에 대한 실상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명료하게 먼저 제시하는 후보가 주민의 마음을 선점할 것이다.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대국의 지자체장이라면 이제는 빈곤과 소외의 그늘을 얼마만큼 걷어낼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사회복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