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서 물가로'경제정책 중심 이동

by 경사협 posted Jun 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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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에서 물가로’ 경제정책 중심 이동

정부가 경제정책의 중심을 ‘성장’에서 ‘물가’로 옮기기로 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기치를 내걸고 올해 6% 성장에 매달렸던 경제운용 방향을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춘 안정화 정책으로 선회하는 것이다.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대폭 오르면서 서민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4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면서 성장이냐 물가냐 하는 논란은 무의미해졌다”며 “당연히 물가 안정을 우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다음 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물가 안정 최우선=한국은행 등 안정론자들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정부를 돌려세운 것은 유가 상승이다. 재정부는 실질 유가 수준이 이미 1979년 2차 오일쇼크 당시를 넘어섰다고 평가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130달러까지 가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며 “기름값이 L당 2000원이 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하면서 민심이 돌아서는 것도 정부엔 부담으로 작용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서민·중산층이 정부에 등을 돌리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보다 물가 급등 같은 경제난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성장 카드로 활용해 온 고환율, 금리인하 압박, 재정지출 확대의 세 가지를 중단하기로 했다. 최중경 재정부 1차관은 “지금은 물가를 우선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환 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말 1050원 선에서 보름 만에 1010원 선으로 급락하는 과정에서 대규모로 달러를 내다 판 반면 달러를 눈에 띄게 사지는 않았다. 또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나 최 차관은 한은에 더 이상 금리 인하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추가경정예산의 편성 내용도 확 달라진다. 경기 부양용 사업 대신 민생 안정 사업 위주가 될 전망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생계형 경유 소비자들을 직접 지원할 경우 추경 편성은 불가피하다”며 “추경의 내용은 경기 진작보다 고유가와 고물가로 고통 겪는 서민들의 생활 지원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올 경제성장 전망치를 상당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관계자는 “개발도상국 경기가 괜찮아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오래갈 수 없다”며 “하반기 경기 하강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안정화 정책으로 방향을 틀더라도 감세와 규제완화는 계속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시장 메커니즘 존중해야=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선회를 환영하면서도 물가관리를 명분 삼아 시장에 개입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유가 급등 등 대외 여건이 불안한 상황에서 무리한 성장 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면서 “그러나 물가를 낮추려고 인위적인 저환율 정책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시장의 기능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를 우선으로 하되 위부 위험에 대비해 국제수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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