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폭력 대책, 상근직원 8명이 작년 피해자 630명 상담

by 경사협 posted May 0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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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성폭력 대책, 상근직원 8명이 작년 피해자 630명 상담
어린이 성폭력 정부 대책 뜯어보니…
한겨레
» 어린이 성폭력 정부 대책 뜯어보니…
정부 위탁기관 ‘해바라기 센터’서 전담…인력·시설 태부족
피해가족 지원·가해아동 교정프로그램은 도입조차 안돼

최근 대구 초등학생 성폭력 사건 등 어린이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달 30일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증설, 성범죄자 형량 강화 등의 ‘아동·여성 보호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여성부와 경찰청은 지난 1일 어린이 지키기 캠페인을 열었고, 법무부는 어린이 성폭력 범죄자의 공소시효를 중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피해 어린이와 가족을 지원하는 대책은 아직도 미흡하기만 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 성폭력 피해 상담 등 지원은 여성부가 정신과를 둔 대형 병원에 맡겨 운영 중인 ‘해바라기 아동센터’라는 이름의 아동 성폭력 전담센터가 한다. 2004년 서울 센터(마포구 신수동, 연세대의료원 위탁 운영)가 처음 문을 열었으며, 2005년 대구 센터(중구 삼덕2가, 경북대병원)와 광주 센터(동구 남동, 전남대병원)가 문을 열어 현재 3곳이 운영 중이다. 성폭력 피해를 겪은 13살 미만 어린이들과 지적(정신지체) 장애인을 상대로 긴급 구조와 의료 지원, 법률 지원, 치유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피해 어린이들은 임상심리사 상담을 받고 전문의에게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센터에서 경찰관 입회 아래 진술 녹화를 할 수도 있다.

해바라기 아동센터를 찾은 이들에 견줘, 10명 남짓한 인력, 4억~5억원씩의 예산으로는 이런 프로그램을 감당하기엔 버겁다. 서울 센터엔 상근직인 임상심리사 2명, 간호사 1명 등 상근 직원 8명과, 비상근인 정신과 전문의 등 11명이 일한다. 지난해 서울 센터를 찾은 인원은 모두 632명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인원 등을 보면 서울 센터의 한 해 적정 이용 인원은 200명 가량”이라고 말했다. 센터당 1년 예산은 4억~5억원이다.

지난해 서울 센터에서 경찰관 입회 아래 진술 녹화를 한 것은 모두 14건에 그쳤다. 법률 지원도 외부의 자문 변호사에 의존해야 한다. 센터를 찾았다는 이경숙(가명)씨는 “사안을 물어볼 때마다 센터 직원이 낱낱이 자문 변호사에게 다시 물어보는 방식이어서, 속 시원한 조언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 가족 지원, 가해 어린이 교정 프로그램은 그 필요성이 거듭 제기됐는데도 아직도 도입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센터를 이용했던 피해 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2004년 초등학생 아들이 성추행을 겪어 센터를 찾았던 김옥숙(가명)씨는 “상담할 때 ‘아이가 이렇게 된 것은 가정환경 때문’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가해자에게 법적 대응을 하려면 아이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센터 의견서가 필요했는데, 센터 쪽이 선뜻 동의하지 않아 진통을 겪었다”고 했다. 가해자는 결국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고희선(가명)씨는 “센터에서 ‘부부 관계는 얼마나 자주 하느냐’ 같은 불편한 내용의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경숙 서울 해바라기 아동센터 소장은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피해자 수는 한정돼 있으나, 인력과 시설이 부족해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여성부는 대구 어린이 성폭력 사건 뒤, 해바라기 아동센터를 전국 16곳으로 확대하고 중앙 센터를 세워 ‘원스톱 서비스’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호순 여성부 인권보호과장은 “가해 어린이가 교정 치료를 꼭 받을 수 있게 교육 당국과 협의하는 한편, 전문 피해 지원 인력 양성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예산 320억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출처 :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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